1심 뒤집고 항소심서 법무법인 율촌에 역전승, “이연성과급 지급배제 사유, 사측에 입증책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 상품을 판매하는 증권사 금융투자 업무 담당자들은 대부분 고액 연봉자다. 연봉이 높으면 성과급도 높을 수 밖에 없는데, 보상체계가 단기 성과 위주로 돼 있다보니 더욱더 고위험 상품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국내 금융회사가 휘청인 원인이기도 했다. 당시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장외파생상품 거래가 난무하면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들의 재무적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단기에 수익을 벌고 이동하는 고액 연봉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2010년 ‘금융투자회사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을 마련했다. 2015년 법으로 도입돼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는 ‘성과급 이연제도’의 모태다. 성과급을 한번에 지급하지 않고 여러 해에 걸쳐 분할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입 취지와 달리 일부에선 사측이 임직원 퇴사 및 이직을 막거나 지급을 거절 내지 미루는 수단으로 악용하면서 근로자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고액 연봉’ 받아도 근로자 권리는 보호돼야
당초 박 변호사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2018년 12월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진정을 넣었다. 하지만 ‘자발적 퇴사’로 판단된다며 기각됐다. 근로감독관이 맡는 사건은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 등이 원고측으로 돼 있는 사건이다.
박 변호사는 “증권업계 영업직을 바라보는 시선에 편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노동청은 물론 법원 역시 그러한 인식을 아예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고 말했다. 단타로 고액의 연봉을 돈을 벌고 몸값을 부풀려 이직하는 사람에게 성과급까지 지급해야 하느냐는 부정적인 시선이다.
그럼에도 박 변호사는 이 사건이 ‘근로자 권리 보호’라는 점에서 증권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연기간 중 퇴사했다 하더라도 계약기간 만료로 퇴사하는 경우 자발적 퇴사가 아니라는 점과 이연성과보수의 지급배제 사유에 대한 입증책임은 사측에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판결”이라며 “특히 타사 이직을 위한 퇴사라 할지라도 계약기간 만료 시점에 당연퇴직 할 수 있고 이를 금지하는 것은 퇴직의 자유를 제한(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한다는 점을 명백히 밝힌 셈”이라고 의의를 부여했다.
관련 기사
[로펌의기술] ㉙”고액 연봉자도 근로자”….퇴직자 성과급 지급 미루는 ‘증권가 관행’에 경종 울린 법무법인 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