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환경법 관련 분쟁-환경권 분야의 기념비적 판결①

대법원 1973. 5. 22. 선고 71다2016 판결 (1)
글 법무법인 이신 김성덕 대표변호사

 

현대 사회는 산업의 발달 및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원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에 따라 현대 사회의 환경오염 문제는 토양, 하천, 대기를 가릴 것 없이 심각지고 있고,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인간에 의한 자연 생태계의 파괴는 인간뿐만 아니라 전지구적으로 많은 생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환경권”이란 개념이 등장하게 됩니다.

 

“환경권”은 근대 초기에는 없었던 개념이지만, 현대 산업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자연의 훼손, 공해 및 환경오염, 주거·생활환경의 악화 문제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함에 따라 새롭게 인식되면서 논의·발전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자국 실정에 맞게 환경권의 개념을 도입하여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1. 4. 21.자 2010무111 전원합의체 결정).

대한민국 헌법 제35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환경권을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의 하나로 천명함과 동시에 국가와 국민에게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또한 헌법 제35조 제2항은 “환경권의 행사와 내용에 관하여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환경정책기본법 제2조 제1항은 “환경의 질적인 향상과 그 보전을 통한 쾌적한 환경의 조성 및 이를 통한 인간과 환경 간의 조화와 균형의 유지는 국민의 건강과 문화적인 생활의 향유 및 국토의 보전과 항구적인 국가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임에 비추어 국가, 지방자치단체, 사업자 및 국민은 환경을 보다 양호한 상태로 유지ㆍ조성하도록 노력하고, 환경을 이용하는 모든 행위를 할 때에는 환경보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기후변화 등 지구환경상의 위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함으로써 현 세대의 국민이 그 혜택을 널리 누릴 수 있게 함과 동시에 미래의 세대에게 그 혜택이 계승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환경 관련 법령이나 조례·규칙을 제정·개정하거나 정책을 수립·시행할 때 모든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고, 환경에 관한 정보에 접근하도록 보장하며, 환경적 혜택과 부담을 공평하게 나누고,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으로 인한 피해에 대하여 공정한 구제를 보장함으로써 환경정의를 실현하도록 노력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1969. 8. 30.자 “대기오염”이란 기사는, 우리 정부는 1969. 8. 29. 최초로 국무회의에서 공해문제를 논의하면서, 서울 등 주요 도시에 급증하는 각종 차량으로 인한 대기오염에 대한 대책을 관계부처에서 마련하도록 지시하고, 보사·내무·교통 3부 장관이 전국 주요도시 공해 방지를 위한 일제 단속 조치를 시작하였다는 사실이 보도되어 있습니다. 또한 위 기사는 공해문제가 당시의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면서 유엔총회와 경제사회이사회가 1969년 공해 문제를 활발히 논의하게 되었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에서도 환경이 중요한 문제가 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환경법 분야가 생성되고 발전한 역사는 크게 3기로 나뉘어 집니다(사법정책연구원, 대법원 판결과 사회 변화, 2017년).

 

제1기는 우리나라가 1960년대 정부에 의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부터 환경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당시에도 환경 문제에 대하여 나름 진일보한 인식을 가지고, 1963. 11. 5. 법률 제1436호로 공해방지법을 제정하여, 1964. 1. 1.부터 시행하였는데, 이는 우리나라보다 산업화가 빨랐던 일본보다 무려 4년을 앞선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환경에 대한 전담기관이나 정책에 대한 예산조치가 뒷받침되지 않고, 대기, 수질, 소음 등의 3대 공해에 대한 보건위생 측면이 주로 강조되었던 시기입니다.

공해방지법은 “공해”란 대기를 오염하는 매연·분진·악취 및 까스와 화학적·물리학적·생물학적 요인에 의하여 하천을 오염하는 공장폐수·사업장폐수 및 일반하수와 소음 또는 진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보건위생상에 미치는 위해라고 규정합니다.

 

제2기는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에서 중화학 공업 위주의 경제성장이 진행되고, 환경문제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하던 시점입니다. 국제적으로는 유엔인간환경회의가 개최되고, 전 세계적인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고양되던 시점입니다.

우리나라는 1977. 12. 31. 법률 제3078호로 환경보전법을 제정하여, 1978. 7. 1. 이 법을 시행하고, 동시에 종래의 공해방지법을 폐지하였습니다.

당시 제정 환경보전법은 “환경”을 “자연의 상태인 자연환경과 사람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재산의 보호 및 동·식물의 생육에 필요한 생활환경”이라고 규정하면서 “공해” 규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연환경 및 생활환경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환경문제를 대상으로 법률의 대상으로 삼는 종래보다 진일보한 제도를 규정하였습니다.

 

제3기는 국가정책의 방향이 경제성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국민 생활의 질적 향상이 중요하게 인식되기 시작한 1980년대입니다. 1980. 10. 27. 제8차 개정 헌법은 처음으로 국민의 환경권을 보장하는 규정을 도입하여 환경에 대한 헌법적 수준의 보장을 실시하고, 환경정책기본법이 1990. 8. 1. 법률 제4257호로 제정되어, 1991. 2. 2. 시행되고, 대기·수질·소음·유해화학물질 등 각 환경 분야별 법률과 환경오염피해분쟁에 관한 여러 법률이 입법, 시행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환경법 분야와 환경권이 점차 확립되는 과정에서, 환경문제와 관련된 소송도 점차 증가하고, 판결을 통하여 관련 법리도 발전하여 왔습니다. 우리나라의 사회를 크게 변화시키는데 법원의 판결이 큰 역할을 하여 왔는데, 이는 환경법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과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2008년에 ‘대한민국 사법 6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의 대표적인 명판결들 22건을 선정한 적이 있는데, 환경 분야에서 시대 흐름을 반영하고 사회 변화를 이끌어낸 판결로 그 중 환경 분야는 대법원 1973. 5. 22. 선고 71다2016 판결(소위 영남화학 유해가스 사건), 대법원 1984. 6. 12. 선고 81다558 판결(소위 진해화학 폐수배출 사건), 울산지방법원 2004. 4. 8.자 2003카합982 결정(소위 도롱뇽과 도롱뇽의 친구들 사건), 대법원 2006. 3. 16. 선고 2006두330 전원합의체 판결(소위 새만금 개발사업 사건)가 꼽혔습니다.

이 중 대법원 1973. 5. 22. 선고 71다2016 판결은 환경오염을 유발하여 주변 농가에 피해를 입힌 기업이 현대의 과학기술 수준에 비추어 최선의 시설을 갖추고 있고, 그 조업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오염이 발생하는 것은 경제 건설과 과학 및 생산공장의 발전에 따르는 부득이한 피해이므로 기업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기업 측의 주장에 대하여 경제 발전의 기여 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오염의 발생 자체가 잘못이 없다고 볼 수 없으며, 환경오염으로 인한 수인한도를 넘는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유지하였습니다. 위 판결은 우리나라 환경 분야 소송에서 기념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대법원 1973. 5. 22. 선고 71다2016 판결에 대해서 한번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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