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법률] 한국에서 환경법 관련 분쟁-환경권 분야의 기념비적 판결 ②

2024년 4월 22일은 제54회 지구의 날이라고 합니다. 지구의 날은 지구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과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지구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존하기 위하여 매년 4월 22일에 각종 기념 활동을 하는 미국의 시민운동에서 시작된 국제적인 기념일입니다. 우리나라도 매년 지구의 날 전후에 전국적으로 환경보호 관련 행사가 진행이 됩니다.

앞서 우리나라의 법체계에서 환경법 분야와 환경권이 점차 확립되는 과정에서, 환경문제와 관련된 소송도 점차 증가하고, 판결을 통하여 관련 법리도 발전하여 왔으며, 이에 따라 환경 분야에서 시대 흐름을 반영하고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낸 다수의 판결들이 있었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그 중 기념비적 판결로 손꼽히는 대법원 1973. 5. 22. 선고 71다2016 판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판결은 비료공장 시설의 설치 및 가동 초창기에 유해물질의 배출이 있었고, 그 유해물질이 도달한 주변 과수원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였던 경우에 관한 사건입니다.

위 판결의 당사자는 원고가 1970년대 당시에도 수십년 전부터 주거지인 울산시 매암동(현재 울산광역시 남구 매암동) 412에 있는 밭 약 3,000평에 사과나무와 배나무를 소유하고 과수원을 운영하던 윤모씨였고, 피고는 영남화학 주식회사였습니다. 문제는 영남화학이 윤모씨의 과수원에서 약 150~500미터가 떨어진 위치에 거대한 복합비료 제조공장을 건설하여 가동하면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영남화학은 원래 정부투자기관(현재는 ‘공공기관’이라고 합니다)인 한국화학공업 주식회사가 발행주식의 50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던 정부투자기관의 출자회사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식량자급 자족을 위하여 국가가 주도하여 1960년대에 화학비료공업 산업을 일으켰고, 이에 따라 영남화학은 1967. 8월부터 울산 지역에 당시의 최신 기술을 도입하여 비료생산 시설을 설치 및 가동을 하고, 비료를 생산하였습니다. 정부는 국가의 식량안보 및 비료산업 보호를 위하여 1987년까지는 영남화학 등 국가가 투자한 비료산업 기업들이 생산하는 내수용 비료를 생산원가에 적정이윤을 덧붙인 가격으로 매수하는 이윤보장 정책을 실시하였습니다.

참고로 영남화학은 1980년대 정부의 비료합리화 계획에 의하여 정리가 되어, 1987. 12월말경부터 민영화가 시작되어 1988. 2. 22.경 민영기업인 동부그룹의 계열회사인 동부석유화학 주식회사에 경영권이 인수되었고, 조직을 대폭 축소하면서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대량으로 정리해고를 실시하였으며, 1988. 9월부터는 가격경쟁력 약화로 농협의 비료납품 중단, 1989년에는 요소, 암모니아, 복합비료공장 폐쇄 등을 진행하였습니다.

윤모씨는 영남화학의 비료공장이 가동하기 이전부터 오랜 기간 그 주변에서 약 3,000평인 과수원을 운영하였습니다. 윤모씨의 과수원은 약 25년된 사과나무(주로 국광) 232주, 배나무 50주가 있었고, 1년에 사과 32,800킬로그램과 배 6,886킬로그램 정도를 수확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영남화학의 비료공장이 가동된 이후부터 윤모씨의 과수원에 있는 사과나무와 배나무 등의 잎이 괴사하고, 타들어 가는 것처럼 마르는 ‘엽소’가 발생하고, 1년생 나무의 가지가 말라 죽으며, 꽃이 피지 않거나, 피었던 꽃들도 시들어서 열매를 맺지 못하고, 맺었던 열매들도 비육이 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윤모씨는 영남화학이 가동을 시작한 1967년도부터 과수의 위와 같은 피해현상으로 과수원의 과일 생산에 막대한 손해를 입었고, 1968년도에도 피해에도 불구하고 영농을 시도하였으나 과일 나무의 지엽이 말라 죽어 그 피해 정도가 극심하여 판매가 가능한 상품으로서의 과일을 전연 생산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윤모씨는 1969년도에는 과수원에 발생한 이러한 막심한 피해 때문에 영농을 해보았자 영농비만 소비할 뿐 아무런 수확을 얻지 못할 것이 분명해져서 과수원 일을 완전히 접고, 폐농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영남화학의 비료 생산시설은 1967. 8월 가동 당시부터 공장 굴뚝을 통하여 아황산가스, 불화수소, 암모니아 등의 유해가스를 배출하여, 공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부근의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은 영남화학 비료공장이 그 가동 초기에 위와 같은 유해가스 제거시설이 미비한 시설 상의 하자가 있었고, 특히 종업원의 작업 기술이 미숙하여 많은 양의 유해가스가 분출된 적도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윤모씨는 영남화학을 상대로 부산지방법원 69가3205호로 1968년도부터 1969년도에 걸쳐서 과수원을 경영하여 얻을 수 있었던 총 수확액에서 영농비를 공제한 순수익액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까지 승소판결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어떠한 행위와 피해자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하고, 이러한 인과관계의 증명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합니다. 대법원 1969. 7. 8. 선고 69다685 판결은 지하실의 심도 굴착 작업 실시 이후에 그 주변 토지에서 지반이 내려 앉고 건물 전체가 기울어지는 등 건물 등에 피해가 발생하였던 사건에서 지하실의 심도굴착 작업 실시의 상태와 그 상태가 주변 대지 및 그 지상 건물에 미치는 역학적인 영향, 대지의 각 경계선 및 이와 건물의 관계, 물리적인 인과관계에 관한 과학적인 감정결과 등으로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지하실굴착작업이 있기 때문에 그 작업으로 인하여 건물 전체가 기울어 졌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 실제 상태의 측정 등이 없이 주관적인 추측만으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처럼 불법행위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는 손해발생의 사실적인 인과관계의 존재에 대하여 입증책임을 부담하므로, 이러한 입증을 위해서는 과학적 증거를 제출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법리는 이른바 ‘공해소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서, 종래까지는 공해의 피해자도 손해배상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원에 자신의 손해의 원인에 관한 과학적인 증거자료를 제출할 책임이 있었습니다.

즉, 환경소송에서의 인과관계 입증책임의 완화 법리(가해자가 어떠한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그것이 피해자에게 도달하여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도달한 오염물질의 무해성에 관한 반증이 없는 한 가해자의 손해배상 책임의 인과관계를 인정한다)가 종전까지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1973. 5. 22. 선고 71다2016 판결은 요즘 적용되고 있는 환경소송에서의 인과관계 입증의 완화 법리가 명시적으로 설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영남화학에서 유해한 가스를 배출하였고, 그러한 배출 가스가 윤모씨의 과수원에 도달하였고, 그러한 도달 이후에 윤모씨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인정으로 영남화학의 윤모씨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또한 영남화학 측은 자사의 비료공장이 현대화된 시설을 갖추고 비료를 생산하여 국가경제 건설에 기여를 하고 있고, 공장 가동 및 조업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다소의 공해가 발생하는 것은 과학발전에 따르는 부득이한 피해이므로, 영남화학의 불법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였으나, 위 사건의 항소심(대구고등법원 1971. 7. 6. 선고 70나291 판결)은 국가경제 등에 대한 기여가 있다고 하여 생산(조업) 과정에서 다량의 유해한 가스를 대기 중에 분출하는 것까지 적법하다고 볼 수 없고, 이로 인하여 인근 농민의 과수원이 완전히 폐농되는 결과가 발생한 것은 수인한도를 넘은 손해를 끼친 것이라고 판시하였고, 대법원도 이러한 항소심 판결이 적법하다고 이를 긍정하였습니다.

 

 

[ⓒ 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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